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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타임 속 시간철학 해석하기 (현실, 판타지, 선택)

by cdh9100 2025. 11. 10.

 

영화 어바웃타임 포스터 수채화 일러스트 사진

영화 ‘어바웃타임(About Time)’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시간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과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단지 영화 속 설정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선택, 그리고 삶의 자세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이어집니다. 본 글에서는 어바웃타임을 세 가지 키워드, ‘현실’, ‘판타지’, ‘선택’을 중심으로 분석하며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삶의 철학과 인간의 태도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현실의 철학, 일상 속 소중함을 말하다

‘어바웃타임’이 특별한 이유는 비현실적인 시간여행을 다루면서도 현실의 감정, 고민, 사랑, 가족애, 후회와 같은 인간 본연의 삶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팀은 21살 생일이 되던 날, 아버지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습니다. 바로 자신과 집안 남자들에게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놀랍고 황당하지만 이 능력을 통해 팀은 사랑을 찾고, 실수를 고치며,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깨닫게 됩니다. 중요한 건 실수를 바로잡는 능력이 아니라, 실수를 마주하고도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용기라는 것을 말이죠. 영화는 단순히 "시간을 되돌리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온전히 살아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팀의 아버지는 영화 후반부에 인상 깊은 조언을 남깁니다. "하루를 두 번 살아봐. 첫 번째는 그냥 살고, 두 번째는 여유를 갖고 모든 순간을 음미하며 살아봐." 이 말은 단지 시간여행자에게 주는 팁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실제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어바웃타임은 현실의 소중함, 그리고 현재를 살아내는 감정의 진실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영화 속의 일상적인 장면들, 지하철에서의 피곤한 아침, 카페에서의 설렘,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내 일상도 이처럼 의미 있는가?”를 되묻게 만듭니다. 이는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진정성’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매일을 진정성 있게 살기 위한 태도, 그것이 어바웃타임이 말하는 현실의 철학입니다.

판타지로 포장된 삶의 진실

영화는 판타지적 설정, 즉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하지만 이 능력은 극적인 사건이나 스펙터클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이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오히려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이 영화가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이라는 개념 속에 감춰진 삶의 본질과 감정의 흐름입니다.

시간여행은 흔히 ‘과거를 바꿔 미래를 바꾸는’ 능력으로 묘사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결과적 효용보다, 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살아보며 더 잘 살아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강조됩니다. 예를 들어, 팀은 회사에서 불쾌한 하루를 보내지만, 그 하루를 다시 살아보며 직장 동료들의 표정, 가족의 목소리, 연인의 따뜻한 말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됩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외부 세계가 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시선이 변화한 것입니다. 이 점은 '진정한 변화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적 명제를 뒷받침합니다.

가장 뭉클한 장면 중 하나는 팀이 아버지와 함께 과거로 돌아가 마지막 하루를 보내는 장면입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해변, 함께 걷는 길, 차분한 대화는 판타지적 요소를 넘어서 삶의 유한성과 이별의 철학을 진하게 전달합니다.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이 구조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나 <미드나잇 인 파리> 같은 작품과도 철학적 연결점을 가집니다.

결국 어바웃타임은 말합니다. 시간을 거슬러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고, 그래서 더욱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 판타지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가 아니라, 현실을 더욱 또렷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처럼, 그림자(환상)를 통해 진짜 현실(실체)을 깨닫게 되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선택의 순간, 인생의 방향을 바꾸다

영화가 말하는 또 다른 핵심은 ‘선택’의 가치입니다. 사람은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그 선택이 모여 인생을 이룹니다. 어바웃타임에서 팀은 과거로 돌아가 여러 번의 선택을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실수를 고치고자, 그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마지막에는 아예 선택 자체를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사용합니다. 이 과정은 곧 인간의 욕망과 후회, 그리고 성장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선택에는 정답이 없으며,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어떻게 책임지고,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느냐입니다. 팀은 여러 번 시간여행을 반복한 끝에,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리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이는 진짜 어른이 된다는 의미이며, 삶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이 철학은 실존주의의 대표적인 주장과도 일치합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우리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바웃타임의 팀 역시 이러한 철학을 따라갑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는 능력은 사실상 완벽주의자의 꿈일 수 있지만, 영화는 그 능력을 버림으로써 비로소 진짜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자녀의 성별이 바뀌는 장면은 강력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팀이 과거의 한 사건을 수정했을 때, 아이가 전혀 다른 존재로 태어났다는 점은, 선택의 사소한 변화가 삶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이는 ‘버터플라이 이펙트’처럼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철학과도 연결됩니다.

 

이 영화는 로맨스, 가족, 코미디 등 여러 장르가 어우러진 영화지만, 그 중심에는 삶과 시간, 그리고 선택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가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는 주인공이 수없이 과거를 수정한 끝에 결국 '그대로의 하루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듯, 나 역시 변화보다 관찰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가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기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야말로 삶의 가장 핵심적인 순간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삶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혹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질 때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아주 작지만 중요한 무언가를 다시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값진지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 그것이 바로 어바웃타임입니다.